믿음으로 행하는 자태

“믿음으로 하지 아니하는 모든 것이 죄니라”(롬 14:23) 하는 말을 해석하는 중인데, 그러면 믿음으로 한다는 말은 무슨 말인가를 지금 다시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 내가 어디를 간다 하더라도 믿음으로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어디를 가면 거기에 갈 이유와 어떤 목적이 있고 가서 무엇을 하겠다든지 무엇을 이루겠다든지 하는 특별한 동기나 목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이유와 목적이라는 지적(知的) 내용이 어디에 근거를 두고 나와야 하느냐 하면 믿음의 요소인 하나님께 대한 지식에 근거를 두고 나와야 합니다.

하나님께 대한 지식에 근거를 둔다는 것이 첫째 중요한 일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믿음으로 한다는 말이 다 성립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믿음의 요소인 지식은 그것이 믿음의 요소가 되기 전에는 그냥 지식으로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그것이 성경을 통해서 나의 사색과 진실한 연구 과정 가운데 얻은 것이라 할지라도 그대로 지식일 뿐입니다. 그것이 믿음이 되려면 성신께서 그것을 믿음으로 만들어 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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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요소로서의 지식을 토대로 하고 간다고 할지라도 그것만으로 믿음으로 한다는 말이 충분히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신앙의 지적(知的) 요소에 근거를 두고 나의 간단한 행동의 원칙을 세울 뿐 아니라 내가 어떤 간단한 행동을 할 때에 그 행동의 이유와 목적뿐 아니라 할 수 있는 능력이나 결과에까지, 즉 전체의 행동 모두가 지적 요소로써 구성된 그 신앙을 토대로 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신앙의 지적 요소를 근거로 해서 이유나 목적을 세울 뿐 아니라 신앙의 지적 요소가 아예 그 가는 일의 토대로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적 요소의 터 위에 서 있는 신앙이 자연스럽게 나를 밀고 나아가야 합니다. 결국 신앙의 지적 요소가 나의 간단한 행동의 지적인 근원이 되는 까닭에 내가 주를 믿고 산다는 이 일과 내가 어디로 간다는 일이 동일한 지적 근거 위에 서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를 믿고 산다는 신앙의 내용이 어디로 간다 하더라도 그대로 나를 둘러싸고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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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디를 가고 무엇을 하는 데에 신앙의 지적 요소를 근거로 삼는다고 해서 그것이 곧 모든 것을 믿음으로 하는 것이라고 단정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믿음으로 하는 것이라고 단정하려면 지적 요소 뿐 아니라 신앙의 여타 요소가 같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신앙의 여타 요소라고 할 때 지적 요소를 근거로 할 뿐 아니라 정의적(情意的)인 요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의적 요소 가운데 가장 결정적으로 최후에 신앙을 성립시키는 중요한 것은 정적(情的)인 요소가 아니라 의지적인 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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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인 요소란 뭐냐 하면 […] 거기에 다 맡겨 버리고 짐을 딱 부린 심정입니다. `아, 과연 그렇다. 이제는 더 물을 것이 없다’ 하고 거기에 대해서 만족감과 안도감이 드는 것입니다. 이제는 자기의 생명까지 다 맡기고 안심할 수 있다는 그런 심정인데 이런 정적인 요소가 있어야 합니다.

또 하나는 최후에 가서 그 의지적 요소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제 이 일은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이 일은 꼭 해야만 하겠다.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중요한 단계로서 이 일은 내게 꼭 필요하다’ 하고 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발을 디디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신앙의 정의적 요소의 가장 중요한 면은 결국 어디로 귀착되느냐 하면 `나는 내 스스로는 이것을 할 수 없다’ 하는 것입니다. 자기가 할 수 없으니까 맡긴다 하는 것인데, 그것은 앞에서 말한 그 정적인 요소, 맡긴다 하는 심정이 발휘되어서 진실로 모든 것을 딱 맡기는 생활 태도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요컨대 자기의 힘으로 이룰 수 없는 것을 처음부터 숙지하고 오직 하나님께서만 이루실 것이다 하고 하나님께 전부 부탁하는 태도입니다. 하나님께 부탁을 했으니 나는 안 해도 좋다는 것이 아니라 부탁을 했으니 이제는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아무리 곤두박질을 해도 도저히 안 될 것이지만 이제는 하나님께 부탁했으니 하나님께서는 하실 것이다. 그런고로 나는 움직인다’ 하고 움직여 나가는 이것이 정의적인 요소의 중요한 면입니다.

이런 것들이 신앙의 여타의 요소들인데, 내가 어디를 간다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그러한 것이 동기가 되어야 하는 것이고 그런 것이 가는 행동의 성격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그때에 비로소 그렇게 가는 것을 가리켜 믿음으로 간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성경에서는 이렇게 하지 않는 모든 것이 죄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 김홍전, <그리스도의 지체로 사는 삶>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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