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하나님 나라 | Church & Kingdom of God

예수 그리스도의 왕권

역사서를 볼 때 여호수아부터 에스더까지 열두 권의 구약 성경을 보면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거룩한 통치의 대상인 나라에 대해 주로 가르치면서 이스라엘이라는 한 나라를 중심으로 나타난 하나님의 정치, 즉 신정(神政)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것이 결국 누구의 정치냐 하면 예수 그리스도의 왕으로서의 정치입니다. 이처럼 중보자 예수 그리스도의 중보권이 나타나는 또 한 가지의 면은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왕은 왕권을 행사하기 위한 지역과 대상이 있어야 합니다. 왕의 대권, 통치의 대권을 행사하시는 지역을 하나님의 나라라고 하고, 그 대상을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하나님의 나라로 삼으신 백성 위에 행사하시는 통치 대권의 특성은 무엇인가 할 대 그것은 은혜와 진리와 공의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그것을 ‘은혜의 왕국’이라는 말로 부르기도 하는데 신학 용어로는 레그눔 그라티아에(regnum gratiae)라고 합니다.

예수께서 왕이시라는 말은 삼위일체(三位一體)의 한 위(位)로서 태초부터 가지고 계시는 창조와 섭리와 통재(統宰)의 대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인류 역사 위에 한 백성을 세우시사 그 백성을 친히 통치하시는, 구체적이고 현상적이고 그러면서도 영원하고 원상적(原狀的)인 한 국가의 통치자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통치의 대권을 행사하실 때 우주와 만물이 하나도 그에게 복종하지 않을 것이 없는데 그런 의미에서 그는 ‘권능의 왕국’(regnum potentiae)의 왕이십니다. 이러한 권능의 왕국의 왕이시라는 점과 은혜의 왕국의 왕이시라는 점을 왕왕 혼동해서 ‘지금 땅 위에 죄와 불의와 악과 사탄이 있는데 예수님은 그것을 직접 다스리시지 않는 까닭에 현재는 왕이 아니시다’ 하는 사상이 복음주의 계통의 교회에 많이 돌아다닙니다. ‘그런고로 예수님은 구주이시나 왕은 아니시므로 지금은 왕권의 행사를 보류하고 계신다. 하지만 마침내 땅 위에 천년 왕국을 건설하시는 그때에는 예수께서 왕으로 임재하신다’ 하는 사상을 많이 고취하여 많이들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가 현재도 왕이시라면 왜 땅에 불의가 있고 죄악이 있고 사탄이 그냥 발호(跋扈)하고 사람이 예수를 잘 믿어도 고통과 괴로움을 받으며 신자들이 슬픔과 어려움 가운데 있을 때에 왜 얼른 얼른 건져 주시지 않느냐, 왜 악인들을 통치하시지 않고 심판하시지 않느냐’ 하는 질문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께서 은혜의 왕국을 통치하시는 방식은 어떤 것인가를 바로 알아야 합니다. 은혜의 왕국의 왕으로서 예수 그리스도는 현재 세계의 모든 악을 다 제거해 주시는 것이 아닙니다. 은혜의 왕국의 대상이 된 은혜의 백성을 당신의 거룩한 나라로 삼으시고 통치해 나가시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 김홍전, “그리스도의 지체로 사는 삶” 中

이 글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한 안목을 얻을 수 있는데, 바로 성경이 가르치는 “하나님 나라”라고 하는 개념이다. 하나님 나라의 역사는 죽어서 가게 되는 “천당”이 아니라 이 땅을 주 무대로 하여 펼쳐져 왔음을 알아야 하겠다. 그리고 바로 그 나라가 소위 믿음으로 들어간다고 하는 하나님 나라다. 믿음 없이는 이 땅 위에 있는 하나님 나라와 그 역사를 볼 수 없고, 역사를 진행하시는 하나님의 큰 주제를 알 수 없음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