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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법과 복음 (5)

  • 율법 =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순종해야 할 것
  • 복음 =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행하신 것

율법과 복음 (3)(4)에서는 복음 곧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행하신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잠시 생각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들에게 맹세하신 구원의 언약 곧 은혜의 언약(covenant of grace)을 당신의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셨다는 것이다. 은혜의 언약은 우리의 시조 할아버지가 하나님께 범죄하여 그 안에서 온 인류가 죄와 사망에 처하게 된 직후 하나님께서 들려주신 언약이다 (창 3:15). 그 후로 아브라함, 이삭, 야곱, 모세, 다윗 등을 통해 같은 은혜의 언약을 새롭게 하셨고, 이 마지막의 날들에 당신의 친 아드님을 통해 새롭게 하심과 더불어 영원히 공고하게 하셨다.

은혜의 언약을 한 마디로 요약하라면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되고 너희는 내 백성이 될 것이라”(렘 31:33)고 할 수 있다. 이 간단한 한 마디에 많은 내용이 담겨 있는데, 몇 가지만 나열하자면 (렘 31:31–34겔 36:22–27에 나타난 것을 중심으로):

  1. 깨뜨려지지 아니할 영원한 언약이다. 즉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을 반드시 구원하시고 영원히 그들의 하나님이 되신다.
  2. 하나님께서 친히 그 백성의 죄를 씻기는 일을 행하신다.
  3. 하나님의 영(靈) 곧 성신(聖神)을 그들 속에 두신다.
  4. 그들 가운데서 율법의 요구가 이루어지게 하신다.

보통 “구원”이라고 하면 편의상 우리가 하나님 나라의 친백성이 되는 칭의(稱義, justification)와 더불어 그 백성으로서 자라나가는 성화(聖化, sanctification), 그리고 마침내 그 나라가 영광의 정점에 이르면서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의 몸을 입고 그 영광 가운데 들어가는 영화(榮化, glorification)를 이야기하곤 한다. 위에서 (1)번은 칭의-성화-영화를 포괄하는 구원이라는 큰 사실을 담고 있다고 할 때, (2)번은 칭의에 가깝고, (4)번은 성화에 관한 약속이다.

그러므로 은혜의 언약에 담긴 복음은 우리의 칭의 뿐만 아니라 성화 또한 약속하고 있다. 그래서 그리스도께서 언약의 보증이 되신다는 것은 (히 7:22)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죄값을 치루신 사람의 죄를 하나님께서 용서하실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반드시 성화의 열매를 맺고 마침내 영화에 이르도록 하나님께서 맹세하신 언약의 복을 틀림없이 베푸시는데 보증이 되신다는 것이다. 그래서 히브리서는 강변한다: “영원하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흠 없는 자기를 하나님께 드린 그리스도의 피가 어찌 너희 양심을 죽은 행실에서 깨끗하게 하고 살아 계신 하나님을 섬기게 하지 못하겠느냐? 이로 말미암아 그는 새 언약의 중보자시니 이는 […] 부르심을 입은 자로 하여금 영원한 기업의 약속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히 9:14-15)

죽어있던 우리에게 성신을 주시고,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다시 나게 하시며 (거듭남 重生 regeneration), 믿음과 회개를 일으키시고, 죄를 씻기시며, 의롭다 하실 뿐만 아니라 영생 가운데 자라가는 성화를 일으키시고, 마침내 그리스도와 같은 부활의 몸을 입게 하시는 이 모든 구원의 사역은 삼위일체 되시는 하나님의 사역이다. 아버지 되시는 하나님께서 영원전부터 예정하시고, 아드님 되시는 하나님께서 육신을 입고 오시어 거기에 필요한 모든 일을 완수하셨으며, 성신께서는 아드님의 공효를 우리에게 틀림 없이 베푸시며 보전하신다 (엡 1:13-14, 고후 1:22).

그러므로 구원은 하나님에게서 시작해서 하나님에게서 마친다. 이 사실은, 그리고 이 사실 만이, 우리를 두려움과 떨림 가운데 참된 경건으로 이끈다 (빌 2:12-13). 우리의 성화를 하나님께서 맹세로 약속하시고, 그리스도께서 자기 피를 가지고 보증하시며, 그것을 위해 성신께서 우리 안에 역사하시거늘 어떻게 그것이 실패하거나 중단 되겠는가? 그러므로 자기와 그리스도가 무관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만일 성화의 열매가 전혀 없다면, 하나님의 맹세와 그리스도의 피와 성신의 능력이 불완전하다고 않는 한, 그 사람은 애초에 그리스도와 상관이 없는 사람이다. 이는 구원의 은총을 받던 사람이 자기 행실이나 노력 여하에 따라 잃어버린 바 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다. 성화는 하나님께서 당신의 언약을 지키시기 위해 우리 안에서 맺으시는 열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화의 열매가 없다는 것은 하나님의 언약과 그 사람이 상관이 없다는 것이고, 곧 언약의 보증이 되시는 그리스도와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은혜의 언약이 우리의 칭의와 성화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오류 두 가지만 언급하자면, 한 편으로는 은혜의 언약 아래서는 율법의 요구를 따를 당위가 없다고 말하는 반법주의(antinomianism)가 있고, 다른 한 편으로 은혜의 언약 가운데 입문하는 것은 아무런 조건이 없지만, 그 언약의 백성으로서 계속 인정 받는 데에는 조건이 있다고 말하는 언약적 율법주의(covenantal nomism)가 있다. 후자의 경우 톰 라이트 (N.T. Wright) 같은 유명한 학자들이 교묘하게 가르치고 돌아다니니 주의할 일이다.

우리 구원의 근거는 회개도, 믿음도, 순종도, 성화의 정도도 아니다. 우리의 회개, 믿음, 순종은 결코 하나님께서 가납하실 만한 성질이 아니다. 오직 우리 구원의 근거는 그리스도의 완전한 순종과 피 흘리심이며, 이로써 우리를 구원하시는 것은 성부의 맹세이고, 그것을 위해 성신께서는 영원히 우리 안에 거하신다 (요 14:16-17). 그리스도 외에 인간의 회개, 믿음, 순종, 성화의 정도, 혹은 인간의 그 무엇이라도 구원의 근거 가운데 하나로 언급하는 것은 그리스도를 온전한 구원자가 아닌 “구원 할 수도 있는” 반쪽짜리로 만드는 것이며, 성부의 맹세를 헛것으로 만드는 것이고, 성신의 능력을 불구로 만드는 것이다.

자신의 구원이 아버지 하나님의 맹세와, 그리스도의 순결한 피와, 성신의 능력에 전적으로 의존함을 알고 믿고 의지하는 사람은 자신이 부활의 몸을 입고 그리스도의 참 모습을 보게 될 것을 확신할 수 있다. 그러한 확신이 있는 사람 만이 참된 경건에 힘쓰게 된다. 성화는 칭의의 논리적이고 도덕적인 필연인 것이다. “사랑하는 자들아, 우리가 지금은 하나님의 자녀라. 장래에 어떻게 될지는 아직 나타나지 아니하였으나, 그가 나타나시면 우리가 그와 같을 줄을 아는 것은 그의 참모습 그대로 볼 것이기 때문이니, 주를 향하여 이 소망을 가진 자마다 그의 깨끗하심과 같이 자기를 깨끗하게 하느니라.” (요일 3:2-3)

율법과 복음 기획물
  • 율법과 복음 (1)
    율법과 복음의 범주를 설명한다.
  • 율법과 복음 (2)
    율법의 범주 아래서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없다. 오직 복음의 사실만이 우리를 하나님 앞에 온전하게 세운다.
  • 율법과 복음 (3)
    복음은 하나님께서 옛적부터 맹세하신 구원의 언약이 마침내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졌다는 기쁜 소식이다.
  • 율법과 복음 (4)
    복음 약속, 곧 하나님의 은혜로운 언약은 우리 조상 아담이 죄를 범하여 죽게 된 직후 하나님께서 즉시 베푸신 언약으로서, 아담 이래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주신 유일한 구원의 언약이다.
  • 율법과 복음 (5)
    하나님의 은혜의 언약은 우리의 칭의 뿐만 아니라 성화 까지 약속하고 있다. 그 영원한 약속이 반드시 이뤄지도록 성부께서는 맹세를 하셨고, 성자께서는 자기 피를 가지고 보증이 되시며, 성신께서는 우리를 보전하신다. 구원은 삼위일체 하나님께로부터 시작하여 하나님에게서 마친다.
  • 율법과 복음 (6)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은혜의 언약을 지키시는데 사람 쪽에서 근거를 찾지 않으시고 그리스도에게서 모든 근거를 찾으셨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일방적으로 선언하신 은혜의 언약을 사람이 ‘지키는’ 것은 그 약속을 ‘믿음으로’ 지키는 것이다.
  • 율법과 복음 (7)
    하나님의 은혜의 언약을 그의 백성들이 믿음으로 지킬 수 있는 것은 그 믿음 자체가 사람이 일궈낸 것이 아닌 하나님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믿음 중에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헛된 믿음이 있다.
  • 율법과 복음 (8)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들에게 맹세하신 은혜의 언약은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되고 너희는 내 백성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 약속이 영원한 약속이 되게 하기 위해 그리스도는 골고다에서의 단 번의 제사로 영원히 당신의 백성들을 온전하게 하셨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백성들은 다시는 하나님과 멀어질 것을 걱정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께서 친히 그 능하신 팔로 행하신 구원에 감사와 찬송을 드리며 따라간다. ...
  • 율법과 복음 (9)
    우리 시조 할아버지 아담이 범죄한 직후 하나님께서는 곧바로 복음 곧 은혜로운 구원의 언약을 베푸셨다. 아담 이래로 믿음으로 그 언약을 지킨 무리들이 곧 하나뿐인 보편적 교회(catholic church)이다. 그 보편적 교회가 하나님께로부터 단번에 받은 믿음(유 3)의 내용 앞에 우리의 신앙을 비춰보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이번 편에서는 그동안 ‘율법과 복음’이라는 제목 아래 상고한 것들을 역사적인 신앙고백과 비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