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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의 방해”라는 표현의 오활한 사용을 주의함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제 127문)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제 127문은 주기도문의 간구 가운데 여섯번째 간구에 관한 내용이다 (다음은 독립개신교회 번역본):

127문: 여섯째 간구는 무엇입니까?

답: “우리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시며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로, 이러한 간구입니다: “우리 자신만으로는 너무나 연약하여 우리는 한 순간도 스스로 설 수 없사오며 [1], 우리의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인 마귀와 [2] 세상과 [3] 우리의 육신은 [4] 끊임없이 우리를 공격하나이다. 그러하므로 주의 성신의 힘으로 우리를 친히 붙드시고 강하게 하셔서, 우리가 이 영적 전쟁에서 패하여 거꾸러지지 않고 [5], 마침내 완전한 승리를 얻을 때까지 우리의 원수에 대해 항상 굳세게 대항하게 하시옵소서 [6].”

[1] 시 103:14-16; 요 15:5
[2] 고후 11:14; 엡 6:12; 벧전 5:8
[3] 요 15:19; 요일 2:15-16
[4] 롬 7:23; 갈 5:17
[5] 마 10:19-20; 26:41; 막 13:33; 고전 10:12-13
[6] 롬 8:13; 살전 3:13; 5:23; 약 4:7; 요일 2:15

아래는 이와 관련한 김헌수 목사님의 강설 중 일부이다. 사탄의 작해에 대해서 오활한 사용을 주의할 것을 말하고 있다. (굵은 글씨는 졸인의 강조.)

사탄이 하는 일은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태초에도 사탄은 하나님이 아름답게 지으신 세상에서 인간을 유혹하여 넘어뜨렸습니다. 그러한 ‘옛 뱀’은 마지막 아담으로 오신 예수님도 그러한 방식으로 넘어뜨리려 하였습니다. 세 번의 시험 가운데 하나라도 성공해서 예수님이 메시아로서 일을 하실 수 없게 만들려 하였습니다. 계속해서 사탄은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려고 하실 때에도 사도들을 넘어뜨리려고 청구하였습니다. 그 계획이 성공하면 이 땅에 자기 교회를 세우시려는 그리스도의 사역이 무너질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사탄은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과 교회의 전진을 방해하는 일을 쉬지 않습니다. 이것이 ‘그 악한 자’가 하는 일입니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계획하는 것이 잘되지 않으면 사탄이 방해해서 그렇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바울 사도가 데살로니가에 가서 복음을 전하려고 할 때에 사탄이 막는 일이 있었습니다(살전 2:18). 그 경우에도 사탄이 방해한 것은 복음을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바울 사도의 개인적인 계획을 막은 것이 아닙니다. 그러한 것을 알지 못하고 그저 자기가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사탄이 방해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굉장히 자기중심적이고 자기를 매우 높이는 사람입니다. 성경에서는 사탄이 어떤 개인을 공격한다는 예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사탄이 공격하는 것은 하나님과 그분의 나라입니다. 그런데 사탄이 자기를 시샘해서 공격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자기를 그만큼 높여서 환상 가운데 살고 있는 것이고, 이것은 오히려 그가 사탄의 꾐 아래에 있다는 증거가 됩니다.

씨 뿌리는 자의 비유에서도, 천국의 말씀을 들었지만 깨닫지 못할 때에는 ‘그 악한 자’가 와서 빼앗아 간다고 하였습니다. 길가에 떨어졌을 때에 그 악한 자가 와서 그 마음에 뿌린 말씀을 빼앗아 갑니다. 그 악한 자가 말씀을 깨닫지 못하게 하는 것은 길가뿐 아니라 다른 경우에도 해당됩니다. 가시떨기에 떨어진 씨도 재리의 유혹과 기타 시험 때문에 결실치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기타 시험’도 역시 사탄에게서 오는 것입니다. 이렇게 씨 뿌리는 자의 비유에서도, 열매 맺지 못하는 것은 사탄의 사역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일은 복음을 전하여 구원하는 것이고, 사탄의 일은 복음이 전파되지 못하게 막아서 하나님의 구원하시는 일을 훼손하려는 것입니다. 에덴에서부터 하나님의 경영을 훼손하려 하였던 사탄은 지금도 할 수만 있으면 하나님께서 택하신 사람이라도 미혹하려고 합니다(마 24:24). 따라서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시험에 들지 않도록 깨어 조심하라’고 합니다. 마귀가 우는 사자와 같이 먹을 것을 찾아서 다니니까, 우리는 사탄에게 대적하고 근신하고 정신을 차려서 그 시험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여야 합니다(벧전 5:8-9).

김헌수,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강해 4』, 271-272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