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론적 진화론의 모순

“유신론적 진화론”(theistic evolution)이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것은 참으로 모순적인 말인데, 진화론은 신의 존재를 요구하지도 않거니와, 신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더 잘 맞는 특정한 종류의 진화론이 따로 존재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진화론”이라는 말의 뜻을 분명히 하자. 통상적으로 진화론이라고 하면 신다윈주의 (neo-Darwinism)에 입각한 진화론을 말한다. 거기에서 말하는 “진화”란, 스스로 유신론적 진화론자라고 여긴 르콘테(LeConte)에 따르면, ‘자연에 내재하는 힘에 의해 자연의 법칙에 따라 일어나는 점진적 변화의 연속’을 말한다.1 그러한 진화의 체제(mechanism)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하는 것이 신다윈주의에 입각한 진화론이며, 그것이 통상적으로 말하는 진화론일 뿐만 아니라 유신론적 진화론자들이 말하는 진화론이다.

여기에는 무신론자들을 위한 진화론과 유신론자들을 위한 진화론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무신론자에게든 유신론자에게든 진화론은 동일한 진화론이다. 그 동일한 진화론을 놓고 무신론자는 무신론의 강력한 근거로 삼는다.

그래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유신론적 진화론이 과학 이론이 아니라 신학 이론이라는 점이다.2 그랬을 때 유신론적 진화론은 진화론에 기반하여 신론(神論)을 논하기에 “다윈주의적 유신론”이라고 하는 것이 오히려 낫고, 그 가운데서도 우주의 역사에 대해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다윈주의적 창조론”이라고 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

달리 말하자면 “유신론적 진화론”으로 통칭되는 시각과 주장들은 유신론의 입장에서 진화론을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진화론 및 진화론이 기술하는 우주의 역사가 옳다는 토대 위에서 신론과 창조론을 살피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신론적 진화론자는—즉 다윈주의적 창조론자는—그가 받아들일 수 있는 창조론에 분명한 제한이 있다. 그러한 제한은—창조론은 신론과 불과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결국 신론에도 분명한 제한을 가한다.

하지만 신론과 창조론에 제한을 가하는 것은 진화론만이 아니다. 성경 또한 받아들일 수 있는 신론과 창조론에 분명한 제한을 준다. 그래서 실상 참된 의미에서의 “유신론”은 성경에 계시된 신론 오직 그것 뿐이다. 그 외에 그 어떤 신론도 우상을 논하는 것이고, 목상(木像)을 만들어 놓고 신(神)이라고 부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 참된 신론의 모든 면모를 현세에서 다 간취할 수는 없겠으나, 하나님의 말씀과 성신의 조명하심 아래 적어도 “이것은 우상이다”하고 구별할 수는 있는 분별력을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교회에 상당히 길러주셨다. 그 은혜의 결과물이 역사적인 신앙고백이라고 졸인은 생각하며, 그러한 역사적인 신앙고백이 잘 나타나 있는 것이 개혁교회들이 공유하는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 혹은 ‘하나되게 하는 세 문서’라고 생각한다. 그랬을 때 역사적인 신앙고백과 그 신학에 분명히 나타난 신론 및 창조론의 테두리와 다윈주의적 창조론(유신론적 진화론)의 테두리는 비어있는 교집합을 만든다고 졸인은 생각한다.

그러한 졸인의 생각이 옳다면, 다윈주의적 창조론(유신론적 진화론)은 결국 우상에 입각한 자연철학이다. 썩어지지 아니하는 하나님의 영광을 썩어질 사람과 새와 짐승과 기어다니는 동물 모양의 우상으로 바꾸었다는 로마서 1:23의 책망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참된 신론과 상관이 없다면 “유신론적 진화론”이라는 것은 결국 모순이다.

어떤 다윈주의적 창조론자(유신론적 진화론자)들은 중요한 몇몇 순간에는 신이 우주의 역사에 개입하였을 것이라 생각하기도 하는데, 그런 우주의 역사는 진화론에서 말하는 우주의 역사도 아니고, 이 글 초반에 밝힌 진화의 뜻과도 모순된다.

다윈주의적 창조론(유신론적 진화론)과 관련하여 졸인이 발견하는 모순들은 이상 만이 아니다. 맥그라스 (McGrath)의 다음 말을 들어보자:

자연은 그러므로 “열린 비밀”이다. 누구나 바라볼 수 있지만, 그것의 깊은 의미는 가리워 있다. 표면적으로는 자연에 “아무런 설계도, 목적도, 악도, 선도 없고 오직 매정하리만치 아무런 계획 없는 무관심만”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독교 전통은 그것을 해석할 수 있는 렌즈를 제공하는데, 그것을 통해 자연에 가리워 있는 부분을 밝히고 그 용모를 또렷이 볼 수 있다. 그 가운데 있는 여러 수수께끼들이 여전히 남아 있겠지만, 새로운 조명을 비출 수 있다. 기독교 자연 신학은 자연의 참된 의미를 밝힐 수 있는 열쇠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다만, 그러한 해석을 위한 열쇠는 자연이 제공하지 못한다. 알리스터 맥그라스3

맥그라스의 이 말은 결국 믿음이 없는 사람의 눈에는 즉 기독 신앙을 받아들이기 전에는 설계도 목적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인데, 성경은 오히려 믿음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자연을 쳐다보고 있으면 창조주의 신성과 능력을 (이는 당연히 설계와 목적의 존재를 내포한다) 분명하게 알게 되고 누구도 핑계할 수 없다고 한다 (롬 1:20 참조).

이것이 “유신론적 진화론”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졸인의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한편으로는 자연이 하나님의 일반계시 가운데 하나라고 하면서—즉 특수계시가 아니라서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하나님에 대해 알게 하시는 계시라고 하면서—믿음을 갖기 전에는 자연을 보고 하나님의 존재를 (결국 설계와 목적의 존재를) 깨달을 수 없다고 하는 모순이다.

이러한 모순이 있다는 것을 다윈주의적 창조론자(유신론적 진화론자)들도 직감적으로 아는듯 하다. 그래서 그들은 결국 역사적인 신앙고백과 그 신학에서 사용하는 ‘창조’ 혹은 ‘섭리’와 같은 용어들을 재정의한다. 그러한 학자들 중에는 다윈주의적 창조론(유신론적 진화론)이 역사적인 기독교의 테두리 안에 들어간다고 또 선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역사적인 의미를 버린 새로운 개념을 들고와서 역사적인 기독교에 충분히 수용된다고 말하는 또다른 모순이다.

진화론에 입각한 우주의 역사가 참이라고 믿는 그들의 믿음을 내려놓거나 아니면 역사적인 기독교가 틀렸다고 인정하기 전에는 이러한 모순들의 나열이 줄지 않을 것이다.


  1. “Evolution is (1) continuous progressive change, (2) according to certain laws, (3) and by means of resident forces.” — J. LeConte, Evolution and Its Relation to Religious Thought, p. 8  

  2. 유신론적 진화론의 선전은 대개 소위 ‘과학자’라는 사람들이 하는데, 과학기술 문명의 힘으로 인해 과학기술자들이 현대판 신전 제사장들과 같은 대우를 받는 면모를 생각할 때 이는 가히 과학자라는 모자를 쓴 사람들이 교회에 들어와 ‘우리는 일반계시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라’며 교회의 교사 노릇까지 하려고 하는 형국이라 할 만 하다.  

  3. Nature is thus an “open secret”; though open to public gaze, its deeper significance lies hidden. A surface reading suggests that nature has “no design, no purpose, no evil and no good, nothing but blind pitiless indifference.” Yet the Christian tradition offers an interpretative lens, which illuminates nature’s shadows and brings its features into sharper focus. Its many enigmas remain, but we see them in a new light. A Christian natural theology holds that the true meaning of nature is indeed capable of being unlocked; but this requires us to use a hermeneutical key that nature itself cannot provide. — A. E. McGrath, Darwinism and the Divine, pp. 289-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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