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앙고백문
졸인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과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로써 주님의 몸된 교회와 함께 신앙을 고백하지만, 간략한 분량으로 정리하고 싶어 작년에 적어본 적이 있다.
유일한 절대적 자존자(自存者, I AM THAT I AM) 하나님은 거룩하신 아버지 하나님과, 아드님이신 하나님 곧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거룩한 신(神)이신 성신(聖神) 하나님이 계시다. 성부(聖父, Holy Father), 성자(聖子, Holy Son), 성신(聖神, Holy Ghost) – 이 세 위격은 구별 되고 동일한 것은 아니나, 그 지위와 능력과 거룩하심과 신성(神性, divinity)에 있어 동등하시며, 그 생각과 뜻이 언제나 일치하시며 또한 본질(substance)에 있어서 하나이시다.
스스로 계시는 하나님은 주(主, Lord)이시며 유일한 참 생명이시다. 만물이 그 분으로부터 나왔고, 그 분의 뜻대로 다스림을 받으며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하나님을 힘입어 살며 기동(起動, move)하고 있다.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서는 그 무엇도 할 수가 없다. 모든 것을 다스리시는 하나님은 절대의 대권자이시다(絶對의 大權者, The only One of absolute prerogative). 만물 곧 피조물들은 주(主)되신 하나님 앞에서 종이다. 그 분의 뜻이 선(善, good)이며, 그 분의 뜻과 어긋나는 것이 악(惡, evil)이다. 그 분의 명령에 합당한 것이 의(義, just)요, 그 분의 명령에 빗나가는 것이 죄(罪, sin)이다. 특히 성부(聖父)께서는 역사를 주관(主管, govern)하시며 그 분의 경륜(經倫, economy)을 펼치신다. 그리고 친히 역사 가운데 당신을 계시하신다. 그 계시의 정점(頂點, culmination)이자 총체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하나님의 현현(顯現, manifestation)이다.
인류는 그 시조 아담이 하나님과의 언약을 버림으로써 죄를 범해 타락하였고, 생명되신 하나님으로부터 떠나게 하였다. 다시 말해 죽게 하였다. 육체적으로도 죽음 가운데 있을 뿐 아니라 (우리는 태어난 즉시 죽어가고 있다) 영적으로도 죽은 인간은 고로 의(義)에 이를 수 없다. 다시 말해 죄의 종이 되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정당한 심판인 영원한 멸망과 하나님의 진노 아래 거하게 되었다. 영적으로 타락한 인간은 부패하여 하나님과 교제할 수 있는 영적인 기능을 잃어버렸고, 하나님을 찾을 생각도 아니할뿐더러, 일러줘도 오히려 진리를 배척한다 (로마서 3장 10-12절). 이러한 절대적 절망의 상태를 함축(含蓄, import)하여 인간의 전적 타락(total depravity)이라고 한다.
그러나 성자(聖子) 하나님으로서의 신성과 인성을 모두 지니신 나사렛 예수께서 세상에 오시고 십자가에 달려 죽으심으로 억조창생의 모든 죄의 대가에 해당하는 고통을 맛 보셨고, 사흘만에 다시 살아나시어 친히 생명의 주(主)가 되셨다. 이것이 복음(福音, 기쁜 소식)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 구속(求贖, redemption)의 공효(功效, 공을 드린 보람)가 나를 영원한 멸망과 심판에서 구하고 영생(永生, everlasting life)을 주고 마침내 죄의 종에서 해방시켜 하나님의 나라로 옮기기에 충분함을 확신한다. 이것이 “예수를 믿는다” 또는 “복음을 믿는”다는 표현의 의미이다. 그래서 구원받은 사람들을 신자(信者, believer)라고 한다. 예수 믿고 구원 받았다는 것은 언제나 이러한 의미이다. 예수님을 ‘믿었다는 사실’이 나를 구원한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가 나를 구원하였음을 고백하는 것이다. 우리는 조건 없이 구원을 받았으며 이것이 은혜이다. 믿음 역시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다. (Man is saved by grace, through faith – 에베소서 2장 8절) 예수님의 대속의 공효로 구원을 받는 은혜의 언약(covenant of grace)은, 예수님께서 오시기 전후를 초월하여 전 역사에 걸친 유일한 구원의 도리(道理, principle)이다. 율법시대와 은혜시대를 구분하고, 혈족을 따른 이스라엘과 교회 사이에 다른 언약이 있다는 세대주의는 성경의 계시에서 벗어난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공효는 비록 온 인류를 구원하기에 충분한 것이지만, 하나님께서는 그 공효를 인류 전체가 아닌 일부만 입는 것을 선하게 생각하셨다. 그 일부, 곧 하나님께서 구별하신 자들을 창세 전에 그리스도에게 주셨고, 기약이 되어 그리스도께서 그들의 구원에 필요한 모든 것을 이루셨다 — 경건하지 않은 그들을 위해 죽으시사 죄를 씻기셨고, 또한 그들이 지키지 못하는 하나님의 율법을 완벽히 지키심으로 다시 살리심을 받으사 그에게 속한 자들이 하나님 앞에서 율법을 남김 없이 지킨자로 여김을 받게 하셨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구속의 공효를 사람들에게 입혀주시사, 죽어있던 사람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영생(永生, eternal life)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시고 또 예수님과 연합되게 하시는 분이 성신 하나님이시다. 이를 다른 말로 ‘거듭남’, ‘중생'(重生, reborn) 이라고 한다. 그 후 성신께서는 거듭난 신자 안에 영원히 계신다. 그렇게 내주(內住, inner dwelling)하시면서, 성신께서는 성자(聖子)께서 이 땅에 계실 때 베풀어주셨던 은혜들을 그 이상으로 보전하시고 또한 신자들을 가르치시며 인도하시는 보혜사(保惠師)로 계신다. 특히 성신께서는 성경을 은혜의 방도(方道, media)로 쓰시며, 그 사람의 생각 가운데 유기적으로 역사하신다(organic operation). 그러므로 신자가 하나님의 종으로 살아감에 있어 성신을 의지하지 않고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훗날 성신께서는 예수님의 부활의 생명까지 우리에게 입혀주시사, 죽음 가운데서 다시 살리실 것이다.
교회는 하나님께서 직접적으로 경영하시는, 모든 신자들의 공동체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시간과 공간 곧, 역사와 지역과 인종을 초월한다. 고로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보편적 교회(universal church)는 하나이다. 하나님께서는 교회를 통해 그 분의 경륜을 펼치신다. 그러므로 신자들은 오직 하나님의 거룩하신 경륜과 교회라는 큰 틀 안에서만 의미를 갖는다. 고로 신자들은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마음, 개인적 인생 계획, 공리주의 등을 지닐 수가 없다.
(2003. 5. 31)
(2004. 8. 23 수정)
(2013. 3. 20 수정)
2013. 3. 21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