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가정과 교회
부부의 원형은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입니다. 그러면 하나님이 사람을 내시되 그냥 내시지 않고 부부로 내신 것은 결국 하나님의 거룩하신 구상 가운데 처음부터 이 그리스도와 교회의 영광의 완성이라는 것을 구상하시고, 사람으로 하여금 거기에 도달케 하시려는 크신 뜻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그리스도와 교회의 그 완성된 아름다운 자태의 한 모형으로, 상징으로 땅 위에는 부부가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이 부부의 존재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거룩하신 영광의 형상이 땅 위에 드러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거룩하신 계획과 예정에는 인류의 목적지에 대한 거룩한 구상도(構想圖)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교회입니다. 완성된 보편의 교회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삼는, 장차 완성될 새로운 인격입니다. 그러면 사람은 그와 같은 목표로 지어진 까닭에 사람이 개인적으로 거기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 처음부터 전제되어 있는 사실입니다. 사람은 개인으로서 교회의 완성을 기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교회는 원래 복합적인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또 하나님 당신의 영광을 인격적으로 잘 드러내는 가장 큰 인격적 존재입니다. 하나님 당신의 영광을 인격적으로 잘 드러내는 거룩한 교회에 가장 방불한 형태를 만드시기 위해서 사람을 만드시되 하나로 만드시지 않고 부부로 만드시고, 부부 안에서 하나님의 거룩하신 능력의 모양인 창조와 거룩하신 사랑의 모양을 잘 드러내도록 하셨습니다. 그뿐 아니라 하나님께서 사람을 만드신 본래의 크신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를 보이시고, 그로 말미암아 생육하고 번성하고 점령해서 완성해 나가라 하는 것을 표시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사람은 혼자로서는 완성에 이를 수 없는 것입니다.
사람이 결국 왜 지어졌느냐 하면, 한마디로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몸의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장성하도록 지어졌습니다. 나 한 개인이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의 몸을 입을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같이 되어 다른 성도들과 함께 그리스도와 완전히 합치돼서 그리스도의 신령한 몸을 이룬다는 데에 사람이 지어진 목적이 있습니다. 사람이 그런 목적을 위해서 지어졌다고 한다면 그것은 개인이 단독으로 장성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항상 그리스도의 거룩한 몸을 함께 이룬 다른 분자들과 거룩한 교통으로 연결됨으로써 비로소 되는 것입니다. 사람의 존재가 사회적이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사람의 사회적인 존재 의의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능력 있게 드러나는 곳은 부부간입니다. 바로 이 부부의 삶이 혼자로서는 도저히 완성할 수 없는 그리스도의 복합적인 몸을 향해 완성해 가는 자태의 일면을 보여 줍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신령한 몸을 이루기 위해서 존재합니다. 따라서 개인의 도덕적인 수양이나 윤리적으로 살려는 노력도 개인의 인격 완성을 목표로 한 것이라면 의미가 없고 또 그렇게 해서 완성되는 법도 없습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다른 개인에 비해 좀더 높은 위치에 오를 수 있을 뿐입니다. 개인의 인격 향상은 교회와 함께 하는 것일 때야 비로소 의미가 있고 또 그 결실도 있게 됩니다. 지교회의 지체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거룩한 교회를 이루어 가야 합니다. 거룩한 교회란 보편의 교회, 즉 그리스도의 신령한 몸이 현 역사에서 이루어 가는 현상적인 사실입니다. 그것이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상태로 일상에 나타나는 것이 보이는 교회, 곧 지교회입니다. 이 볼 수 있는 교회가 지니는 강한 성격 중 하나는 사랑의 유대입니다. 하나의 식구로서 움직인다는 사실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 김홍전, “혼인, 가정과 교회”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