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하나님의 성전
“너희는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계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 (고전 3:16) 여기서 ‘너희’는 복수로서 엄연히 교회를 지칭하고 있다. 물론 성령께서 각 성도 개인에게 내주하심이 있으나 (고전 6:19) 중요한 것은 지금 사도는 교회와 성전을 연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라고도 했다 (고전 12:12,27; 골 1:24).
나는 이 말씀을 읽으면서도 얼마나 이교적인 생각으로 이 말씀을 그 동안 생각해 왔던가! 헬라 문화권의 그리스도인들은 사도 바울이 말한 위의 사실에 대해 자기들과 익숙하던 이교의 신전관, 신을 섬기기 위해 지어진 특별한 장소란 생각을 먼저 퍼뜩 떠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유대인들에게 ‘하나님의 성전’이라는 말이 의미하는 것은 독특하다. 성전은 이동 가능하던 성막을 고정 건물로 만든 것이었다. 성전의 모든 내용은 성막에서 나온다. 모세가 전하여준 율법은 성막을 중심으로 체계를 이루고 있다. 성막이 가지고 있고 표상하고 있는 하나님 나라의 거룩한 계시들은 일일이 말하기가 쉽지 않고, 성막이 드러내고 있는 하나님 나라의 그 심오한 계시들은 범접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무엇보다 먼저 거기에 있는 사실은 지성소에 있던 언약궤, 그 시은좌 (또는 속죄소) 위에 있던 거룩한 하나님의 쉐키나 구름 — 곧 하나님께서 거하신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성막은 구별된 곳이다. 아론의 아들 나답과 아비후가 하나님의 불이 아닌 다른 불로 제사를 드리다가 거기서 죽음을 당하였다. 성막은 철저히 하나님께서 지시하신 식양대로 만들어졌다.
교회가 하나님의 성전이라고 할 때에도 이것이 첫째로 떠오르는 것이다, 교회는 하나님께서 거하시는 곳이며, 그 거룩한 하나님의 쉐키나 구름 대신 성령께서 교회 가운데 거하신다. 성막이 그랬던 것 처럼 교회는 불가침의 위치에 있는 것이다;”누구든지 하나님의 성전을 더럽히면 하나님이 그 사람을 멸하시리라”(고전 3:17) 무서운 경고이다. 하나님께서 계시하신 교회의 본질적 속성들이 있다. 그런 것을 알지 못하고 사람이 제 멋대로 자기 종교관 또는 세상에 속하거나 인간의 것으로 교회를 채우려고 하면 거기에는 하나님의 준엄한 심판이 있는 것이다.
교회론이 빈약한 우리 시대이다. 교회를 너무 쉽게 생각한다. (교회를 내 지식의 잣대 위에서 생각한 나의 무지함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소위 믿노라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예배식을 거행하고 교제하고 이런 저런 형식을 갖추면 그것이 교회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얼마나 하나님의 성전을 더럽히는 처사인가? 비류 없이 높은 하나님의 성전을 그에 합당한 생각과 마음가짐으로 대하지 않는 것은 곧 하나님의 성전을 더럽히는 것이다.
교회라는 이름을 갖고 다양한 모습의 회집들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주께서 우리를 참된 교회로 세워 주시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