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하나님 나라 | Church & Kingdom of God

교회와 교단

도서관 앞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다. 내가 요새 어느 교회에 나가느냐고 묻기에 교회 이름과 교단을 얘기했더니 “교단 얘기는 하지 말라. 머리 아프다.”는 말을 들었다.

사실 요새 개신교 교단들의 분열된 모습을 보면 분명 우리의 죄성이 드러나는 부분이며 머리가 안 아플리가 없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통합도 정당하지 못하다는 것을 누구나 아는 바인데, 그렇다고 교단의 문제를 우활하게 넘어가거나, ‘하나님 보고 교회 나가지 사람 보고 나가는 것이 아니다’는 식으로 자신만 올곧게 서면 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면, 그것은 개인의 인격적 완성이 기독교가 궁극적으로 가르치는 것이라고 이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기독교는 결코 개인의 득도 또는 인격 완성을 궁극적 목표로 하지 않는다.

그리스도인은 거룩한 양 무리 가운데 있는 것으로 그 존재의 의미를 갖는다. 예수님은 양 하나 하나의 이름을 부르시지만 그 목적은 한 무리 가운데 거하게 하시려는 것이다. 그 무리 가운데 거하지 않고 홀로 어디서 무엇인가를 하는 것은 결국 잃어버린 양이고 그리스도께서 찾으시사 다시 본 무리 가운데 넣으시려고 하는 양이다 (요 10:16). 그 본 무리 가운데 있어야 자신이 주님께 인도를 받고 있다는 것이 현실화 되는 것이지, 그것을 떠나서 자기가 초연하게 주님의 인도를 받는다고 할 것 같으면 그것은 주님의 가르침을 알지 못하는 무지에서 비롯된 것 외에 무엇이라 하리요.

그렇다면 당면하는 문제는 주의 양 무리는 지금 어디를 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것은 주의 음성이 그분의 양 무리에게 무엇을 명하시며 어디로 인도하고 계시느냐는 것이다. 주님은 목적도 없이 마냥 이끄시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프로그램 아래서 그분의 양 무리를 역사의 가도 위에 인도해 나가신다. 특히 현대에는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고 그것을 인간의 신앙 고백으로 치부하며 부분적으로 옳고 부분적으로 틀렸다고 믿으며, 그러한 인식 아래 동성 연애를 하는 위치에서 벗어나길 거부하는 목사가 그리스도의 거룩한 식탁에 서있어도 그것이 죄 없다고 하며, 또 초대 교회와 그 선생들, 개혁자들, 청교도 등 역사 속에서 면밀히 이어져온 신앙고백을 부인하며 하나님의 은헤와 인간의 노력을 합친 인간의 종교를 가르치는 집단이, 이러한 집단이 그리스도의 교회라는 이름을 내 걸고 있는 시점에, 이런 경황에 교단의 문제는 골치아픈 문제이고 나 개인의 신앙만 잘 점검하면 된다고 하는 것은, 저 먼 옛날 삼손의 시대에 삼손 혼자서 이스라엘 전체가 해야 할 일을 떠 맡아 나가던 때에 이스라엘 개개인은 개인의 신앙만 지키기 급급하며 오히려 이스라엘의 나아갈 길을 깨우치려는 삼손을 블레셋에 넘기려했던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비상한 시대에는 비상한 각오가 요청되는 것이다. 거짓 교회가 참 교회인 척 나타나는 이 시대에 그저 안일하게 자신이 몸 담은 곳에서 얻는 종교적인 복리만을 누리고 있을 때가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