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의 웃음
소년이 알던 아저씨가 있었다. 아저씨의 입가에는 늘 웃음이 있었는데, 마을에 가끔 오는 서커스 광대의 분장이 떠오르게 했다. 그러나 광대와는 달리 사탕을 주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아저씨가 떠나던 날 동네 아주머니들이 골목길에서 아저씨 얘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 뭔가 잔뜩 언짢은 말투들이었다. 조금 떨어져 쭈그려 앉아 들어보았다. 언제나 그렇듯 얘기는 꼬리를 물었다. 광대의 웃음이 좋은 것 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고 보니 옛날 일이 떠올랐다. 아저씨와 친하지는 않았지만만, 마주치면 인사를 꼬박 드리고 또 아저씨도 아는 체 해주었다. 한 번은 여름에 아저씨가 막걸리 한 주전자 사 오라고 시켰다. 막걸리를 들고 오니 아저씨는 먹던 감자 하나를 주었다. 아저씨는 “니가 먹는 감자가 얼마짜린지 아냐?” 하였다. 감자를 그리 안 좋아하던 소년에겐 어른의 술주정으로 들렸다. 말은 이어졌다, “세상 어디든 공짜가 없는겨. 하나님한테도 자꾸 떼써야 뭘 얻어 먹는겨.” 소년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