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도덕적 교훈은 세상의 교훈과 어떻게 다른가
아래는 “그리스도의 지체로 사는 삶” (김홍전 著, 성약출판사) 제 10강 가운데 일부이다. 김홍전 박사가 1968년 2월 4일 주일 아침 성경 공부 시간에 전달한 내용이다. 이러한 깊은 통찰력은 참으로 하나님의 성신께서 주시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거룩한 교회에 주신 역사적인 신앙과 신학을 우리 말로 공부할 수 있게 조국 교회에 이런 교사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어찌 보면 기초적인 내용인데, 어리석은 우리는 자칫 잊어버리고 타락하기 쉬우니, 교회는 꼭 숙지해야 할 것이다.
이 세상에서 사람들이 여러 가지로 생각한 결과 ‘이것이 하나님의 선이고 의다’ 한다면, 거기에 하나님이라는 이름을 붙이긴 했지만 그것은 한 개의 철학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예수를 믿는 사람들이 그것을 따른다면 철학자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바 선하고 의롭다는 것을 그대로 따라 나아가는 것과 같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예컨대 어떤 철학자가 ‘나는 이것을 선으로 규정하고 이것을 신이라고 생각한다’ 하는 반면에, 기독교인은 ‘신이란 이러이러한 분으로서 나는 선이나 의를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한다면, 거기에 하나님이라는 이름이 붙기는 했을지라도 사람들이 나름대로 생각하여 자기가 이리저리 그렇거니 하는 것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런 것은 절대로 참된 하나님의 선과 의의 자태가 아닌 것을 알아야 합니다. 생각에 불과한 것이라면 그것은 철학입니다. 거기에 종교적인 요소를 가미한다면 결국 종교적인 선일 뿐입니다.
어떤 도덕가가 말한 교훈과 비슷한 이야기를 성경도 말했다고 이야기한다 해서 그것으로 하나님의 선미(善美)의 특성을 드러내게 되느냐 하면 그것은 아주 생각을 잘못하는 것입니다. 많은 경우에 교사들이 하나님의 선미의 특성을 드러낸다고 하면서 성경을 인용하여 이야기를 하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보면 성경을 모르는 세상의 도덕군자나 철인(哲人)들이 한 말과 비교할 때 더 나을 것이 별로 없는 말이 되고 맙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언제든지 신중하게 생각하고 명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살라는 말씀은 여러분이 아주 잘 아시는 말씀입니다.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전 10:31)는 말씀은 종교적인 친구들끼리 모여서 음식을 내놓고 식사 기도를 할 때 붙이는 정도의 말씀이 아닙니다. […] 먹고 기운을 내서 나중에 좀 더 종교적으로 봉사를 함으로써 먹는 것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한다면 천만의 말씀입니다. 먹고 기운 내서 무엇을 하는 것은 믿는 사람이나 안 믿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입니다. […] 먹고 마시는 항다반의 생존 방식들은 선하고 악한 문제가 아닙니다. 먹는 것 자체야 선하다든지 악하다든지 할 것이 없습니다. […] 사람의 생존에 기본으로 필요한 생리적인 작용을 하나님이 주셨는데 그것은 선하다든지 악하다든지 하는 도덕적인 문제로 평가할 대상이 아닌 것입니다. […] 그러면 먹고 마시는 것을 가지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라는 말씀은 무슨 뜻입니까? 생존을 위해 그러한 기본적인 방식이 필요한 사람으로서 너는 숨쉬고 식사하고 잠을 자는 항다반의 생활 방도까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다는 목적 의식하에서 취하라는 말씀입니다. 어떤 일에서 너는 선하고 어떤 일에서는 악하다 하지 않고 그처럼 가장 기본적인 자기의 생존 방도조차 어떤 도덕적인 평가를 할 위치에 놓아둔다면, 그 여타의 문제는 더 말할 것도 없이 확실한 도덕적인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먹는 것조차 우리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한다 할 것 같으면 먹고 기운을 내서 쓰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입니다. 먹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니까 그렇습니다. […] 요컨대 우리의 도덕적인 기저 혹은 자리는 이 세상 사람의 도덕적인 위치와 같은 차원이나 같은 터 위에 있지 않음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가령 ‘부지런해라, 게으르지 말아라, 무엇을 열심히 해라’ 하는 말을 했다 할지라도 그것도 항상 별다른 차원 위에서 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세상 사람이 부지런해야 하듯 너희도 부지런해라 하는 말도 아니고 이 세상 사람이 생각하는 식의 게으름을 갖지 말라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성경에서 우리에게 말하는 여러 가지 것들이 다 독특한 차원에서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은 자리를 달리하고 베푸시는 말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리스도인이 가지고 있는 도덕의 평가의 자리 혹은 행동할 수 있는 기초는 세상이 생각하는 그것과는 전연 다른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의 도덕 판단의 자리는 세상의 도덕적 교훈과는 전연 다르다는 것을 발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도덕 교훈을 이야기할 때 이 세상의 도덕과 비교해서 좀 더 낫다든지 못하다든지 하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부정당한 것입니다. 세상의 도덕은 소극적인데 이것은 적극적이다 하는 식의 이야기는 사실 의미 없는 이야기입니다. 소극적이라든지 적극적이라든지 하는 것과 상관없는 딴 세계의 이야기인 것입니다.
항상 이런 점을 우리가 먼저 명심하고 성경이 가르치는 많은 실천 사항의 문제를 생각해야 합니다. 성경이 가르치는 말씀은 그것을 실천할 사람의 자격이나 능력만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본체를 세상 사람과 다른 위치에 놓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불신자보고 ‘부지런하여 게으르지 말고 열심을 품으라’ 하는 말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것은 불신자에게 해당되는 도덕 교훈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신자가 가지고 있는 인간의 정열을 쏟아서 부지런하고 게으르지 말고 열심을 내라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이런 점을 특별히 생각하면서 좀 더 공부해 나가십시다.
기도
거룩하신 아버지, 주께서 저희를 새로운 생명으로 지으시사 새사람으로서 새로운 세계인 하나님의 나라에서 무엇이든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하고 또 길을 가게 하셨사옵나이다. 저희에게 주신 모든 거룩한 교훈들이 새 세계의 규칙이지 결코 묵은 옛 세상에 있는 규범이 아닌 것을 저희 교우들이 잘 깨닫고 터득해서, 여러 가지 현실적인 듯한 하나님의 말씀이라 할지라도 그냥 보통의 인간적인 능력으로 그것을 시행하라는 것이 아닌 것을 절실하게 느끼게 하여 주시고, 그리하여 주께서 저희에게 요구하시는 참된 도덕적인 위치에서 늘 떠나지 않게 하시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하옵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