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의 말을 민족해방, 노동해방으로 착각한 파라오
모세가 이집트로 돌아와 파라오에게 히브리 사람들이 광야에서 하나님의 절기를 지키려 하니 보내주라고 말하자 처음에는 파라오가 완강히 거절하였다. ‘너희가 게으르니 종교 핑계를 댄다’며 오히려 고역을 더하였다. 그 후 어려움이 더하자 파라오는 ‘멀리갈 이유 있냐, 여기서 종교 행사 해라’ 하였지만 모세는 그럴 수 없다 하였다. 그래서 파라오는 ‘그러면 장정들만 가라, 다 갈 필요 있냐’고 말하였다. 그것 역시 안 된다고 모세가 말하자 파라오는 다시 한 번 양보하여 ‘좋다, 남녀노소 다 가거라, 하지만 가축은 두고 가라’고 말했다. 파라오는 철저하게 이 문제를 정치적, 경제적 시각에서 다루는 것이다. 당시 최고의 권력자인 파라오가 이렇게까지 협상과 양보를 하려는데도 모세가 일절 합의 하지 않자 파라오는 격분하게 된다. 그러나 모세는 이 문제를 민족해방, 노동해방 문제로 이해하고 있는 파라오에게 일침을 가한다:
왕이라도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 드릴 제사와 번제물을 우리에게 주어야 하겠고 우리의 가축도 우리와 함께 가고 한 마리도 남길 수 없으니 이는 우리가 그 중에서 가져다가 우리 하나님 여호와를 섬길 것임이며
다시 말 해 ‘왕은 우리가 우리의 양을 가지고 가는 것을 놓고 경제적인 이해를 따지고 있는데, 이 문제는 천하만물을 다스리시는 유일하신 하나님을 섬기는 문제로서, 우리 뿐 만 아니라 당신도 우리를 따라 하나님을 섬기러 가야 마땅하지만, 그것이 싫다면 당신의 양이라도 우리한테 주어서 하나님께 드리라고 말해도 부족할 판이요.’라고 모세는 말한 것이다. 정치적으로만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파라오는 격분할 수 밖에 없었고, ‘다시 내 앞에 나타나면 죽으리라’ 말하자 모세는 도리어 ‘왕의 이 모든 신하가 내게 내려와 내게 절하며 이르기를 너와 너를 따르는 온 백성은 나가라 한 후에야 내가 나가리라’며 마지막 경고를 전했다.
이토록 모세가 당대 최고 권력 앞에서 대담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에게 말씀을 맡기신 분이 누구시며, 이 문제의 사안이 어떤 역사적 성격을 띠고 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모세도 처음에는 이스라엘 해방을 민족의 해방과 투쟁의 문제로 생각했다. 그러다가 문제가 생겨 미디안 광야로 도피할 수 밖에 없었다. 거기서 오랜 시간 조상들이 전해 준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이스라엘이 가나안으로 돌아가는 것은 태초에 ‘여자의 후손이 뱀의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라는 하나님의 은혜의 언약을 이루기 위한 것임을, ‘네 씨가 그 대적의 성문을 차지하며 네 씨로 말미암아 천하 만민이 복을 받으리라’고 아브라함에게 주셨던 그 은혜의 언약의 성취를 위한 하나님 나라의 역사적 행보임을 깨달은 것이다.
마침내 그 언약의 성취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셨다. 하나님께서는 언약하신 것을 반드시 이루신다는 것을 천하 만민으로 알게 하신 것이다. 아직 하나님 나라의 행보는 종착지에 이르지 않았지만, 시작하신 하나님께서 마지막까지 그 일을 이루실 것을 믿을 수 있다. 우리는 그리스도에게 그 나라의 성격을 잘 배워, 파라오 처럼 오해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