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죄는 예수님께, 예수님의 의는 나에게 (Double Imputation)
아래는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제 16–19문답에 대한 김헌수 목사님의 강해 중 일부이다:
부활이 예수님의 칭의(稱義)라는 사실은 우리에게도 의미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얻으신 의로움에 우리가 참여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칭의는 우리의 칭의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부활하신 그리스도 안에서 의롭다 함을 얻습니다. 내가 믿으니까 의롭다 함을 얻는 것도 사실이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구’를 믿느냐 하는 것입니다. 다른 존재나 다른 것을 믿지 않고 부활로 의롭다 하심을 얻으신 그리스도를 믿으니까 그분 안에서 내가 의롭다 함을 얻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칭의’ 하면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하여서 ‘믿음과 칭의’만을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근원이 되는 것은 부활로 인해 그리스도께서 성부 하나님께 의롭다 하심을 얻으셨다는 사실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부활로써 의롭다 하심과 생명을 얻으셨고, 그 얻으신 것을 우리에게 돌려주시고 입혀 주시는 것입니다.
부활하여 의롭다 함을 얻으신 그리스도께서는 지금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셔서 그의 백성인 우리를 위하여 기도하시면서 우리를 의롭다 하시고 우리를 거룩하게 하십니다.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시는 그 큰일을 지금도 계속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의와 생명을 획득하여서 우리에게 돌려주시는 그 일은 오직 하나님이신 예수님만이 하실 수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 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예수님께서 지상 생활을 하시면서 하나님의 율법을 완전히 만족시키셨다는 것인데, 그렇게 하여 ‘의롭다’는 인정을 받으신 것은 의로운 자에게 하나님께서 주시는 영생을 예수님 자신에게 속한 백성들에게 돌리시기 위하심이라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생명의 원천이신 제 2위 하나님으로서 예수님은 영생을 따로 얻으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님의 속죄의 공효를 믿는다고 할 때, 하나님께서 우리의 죄를 예수님께 씌우셨다는 것 뿐 아니라 예수님께서 완벽하게 율법을 지키신 의로우심을 우리에게 씌우신다는 이중전가(double imputation)를 믿어야 한다. 이것이 칭의(imputation of righteousness)에 담겨 있는 중요한 사실이다.
그런즉 한 범죄로 많은 사람이 정죄에 이른 것 같이 한 의로운 행위로 말미암아 많은 사람이 의롭다 하심을 받아 생명에 이르렀느니라
로마서 5장 18절
참고로 로마 가톨릭의 교리는 이러한 ‘칭의’를 가르치지 않고 엄밀히 말해 ‘의화'(infusion of righteousness)를 가르치는데, 이는 하나님께서 예수님의 공효를 우리에게 덧입히시는(imputation)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주입’시키셔서 (infusion) 구원 얻기에 합당한 착한 일들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오직 예수님 만으로 구원을 얻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은 우리가 구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시는 것이고, 주입 받은 은혜를 계기로 해서 우리가 구원 얻을 만한 열매를 맺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수님께서 우리가 지킬 수 없는 율법을 대신 완벽히 지켜주셨음을 믿는다면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로마 가톨릭의 주장이다. (최근에 N.T. Wright라는 신학자가 이 부분을 모호하게 만드는 주장을 하여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오해하면 안 되는 것은, 예수님께서 우리의 의롭다하심을 위해 율법을 다 지키셨다는 것으로 부터 우리가 하나님께 순종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오해를 하기 쉽다는 것을 사도 바울 역시 알았기 때문에 이렇게 역설했다 “그런즉 우리가 무슨 말을 하리요, 은혜를 더하게 하려고 죄에 거하겠느냐?” (로마서 6장 1절).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율법을 지키셨다는 것은 우리가 ‘의로운 자냐, 죄인이냐’는 심판을 받는 위치에 섰을 때 하나님께서 우리의 행위가 아닌 예수님의 행위를 보신다는 것 뿐이다. 예수님의 행위를 보시고 우리를 의롭다고 여겨주셨다고 해서 내가 하나님께 순종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 아니다. 그 이유가 의롭다하심을 얻기 위해서는 아니라는 것 뿐이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은 우리가 왜 하나님께 순종하고 싶은지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제 2문답 참고) — 우리가 받은 구원에 대한 감사를 하나님께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