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더 읽자 (중)
지난 글에서 성경을 읽는 방식으로 숲을 두루 두루 살피는 방식과 나뭇잎 하나 하나을 들춰 보는 방식의 읽기가 병행 되어야 함을 언급했다. 편의상 전자를 성경통독, 후자를 성경공부라고 지칭하겠다. 이번 글에서는 성경통독과 성경공부를 병행하기 위해 졸인이 사용하는 방법을 소개하려 한다.
주일과 토요일은 성경공부를 위해 따로 떼어놓는다
돌려 말하자면 성경통독은 주중에 한다.
성경 공부는 주께서 그 분의 교회를 위해 성경 교사로 세우셨다는 증거를 역사 속에서 보인 사람들의 강설과 주석을 이용한다. 영어로 된 자료들 중에 졸인이 애용하는 것은 칼빈의 주석들이다. 국어로 된 자료 중에는 단연 김홍전 박사의 강설들이다.
김홍전 박사 이야기가 나온 김에, 박사님이 성경 공부를 할 때 사용했던 큰 주제 다섯 가지를 언급하는 것이 좋겠다. (이전 글에서 성경의 가르침은 체계적이어서 순서 있게 공부하는 것이 마땅함을 언급했다.)
- 복음: 복음은 율법이 아니다. 율법은 사람이 어떻게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것이가를 이야기 한다면, 복음은 율법을 도저히 지킬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하나님께서 무엇을 하셨는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복음과 율법을 뒤섞은 가르침들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 교회의 순결을 위협해 왔다. 복음을 바르고 온전하게 알고 믿는 것은 언제든지 중요한 일이다.
- 신령한 생활: 복음은 어제의 기쁜 소식이 아니라 오늘도 기쁨으로 다가오는 소식이고 매일의 문제에 대한 힘 있는 대답이다.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일에 복음이 그 대답으로, 또 하나님의 능력으로 작용하고 있는가? 신령한 생활, 경건의 생활의 도리에 대해 불분명한 상태에 머물기가 쉽다.
- 은혜의 방도: 성경, 기도, 찬송, 예배, 헌상, 성례전 등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푸시기 위한 수단들이 무엇인지, 또 그것을 정당하게 대하는 자태가 어떤 것인지 오해도 많고 또 빈곤하다는 것이 쉬이 발견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하나님의 말씀은 은혜의 방도들에 대한 풍부한 가르침을 준다. 역사적인 신앙 고백서과 요리 문답들은 그것들을 잘 간추려서 전달하여 준다.
- 교회: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하나님께서 역사 속에서 펼치시는 구속사에서 핵심적인 실체이다. 하지만 교회가 개인의 종교적인 수양을 위해 꼭 필요한 단체, 혹은 종교적인 이상을 이루기 위한 공동체라는 개념으로 이해되고 접근될 때가 많다. 하나님의 말씀이 계시하는 정당한 교회론을 간취해야 하겠다.
- 하나님 나라: 언제나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나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죽어서 가는 천당과 혼동 되어 있거나 혹은, 이땅에서 기독교인들이 건설해야 하는 사회로 오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옮겨 놓으사 우리가 이미 들어와 있는 나라이다 (골 1:13). 예수님은 우리가 그 나라의 선(善)이 아닌 의(義)의 구하라고 하셨다 (마 6:33). 성경을 통해 우리는 그 나라의 도리들과 사상을 배우고 장성해 가면서 그 나라의 열매를 맺는 상태 가운데 거해야 하겠다.
주중 성경통독: 그랜트 호너 (Grant Horner) 교수의 방법
성경통독은 숲을 두루두루 살피는 방식으로 성경을 읽으려 함이다. 성경을 이루고 있는 66권은 그 성격에 따라 율법서, 역사서, 예언서, 시가서, 복음서, 서신서 등으로 나뉠 수 있으므로, 분류 별로 모아서 읽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랬을 때, 66권을 차례대로 한 권씩 읽어나가는 것은 성경 각권 사이의 그 놀라운 상호 관계를 파악하는데 썩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호너 교수가 사용하는 방법은 성경 66권을 다음 열 개의 범주로 나누어, 매일 각 범주에서 한 장씩, 총 열 장을 읽어 나가는 것이다. (호너 교수 자신은 이런 방법을 Chick Publication(!)의 어떤 책자에서 얻었다고 한다.) 각 범주마다 거기 들어 있는 책들의 총 장(章) 수가 다르기 때문에 (최소공배수가 12814614870750), 이 방식으로 평생 성경을 읽어 나가면 매일 읽는 열 장의 묶음이 다르다. 어떻게 보면 성경이라는 숲을 늘 다른 길로 다니면서 살펴 보는 것과 같다. 이런 면모를 생각해보면 호너 교수의 방식은 ‘언제까지 성경통독을 몇 번 하겠다’는 식의 목표와는 그 태도가 조금 다르다는 것이 졸인의 생각이다. 오히려 주께서 이 땅에서 불러가시는 날까지 성경을 매일 열심히 읽겠다는 사람을 위해 어떤 틀을 제공해 주는 것이라고 본다.
아래는 호너 교수가 사용하는 분류를 살짝 변형한 것인다. 호너 교수는 사도행전을 혼자 하나의 범주를 이루도록 했는데, 졸인은 로마서, 갈라디아서, 및 히브리서를 사도행전과 같은 범주로 묶는 것을 선호한다 (이 넷을 더 자주 읽기 위해서이다).
-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 (복음서, 89 장)
-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모세오경, 187 장)
- 고린도전후서, 에베소서, 빌립보서, 골래새서, 데살로니가전후서 (바울서신 일부, 51 장)
- 디모데전후서, 디도서, 빌레몬서, 야고보서, 베드로전후서, 요한 1–3서, 유다서, 요한계시록 (신약 나머지, 57 장)
- 시편 (150 편, 노래로 부른다)
- 잠언 (31 장)
- 욥기, 전도서, 아가 (시가서 나머지, 62 장)
- 여호수아, 사사기, 룻기, 사무엘상하, 열왕기상하, 역대상하, 에스라, 느헤미아, 에스더 (역사서, 249 장)
- 이사야, 예레미아, 예레미아애가, 에스겔, 다니엘, 호세아, 요엘, 아모스, 오바댜, 요나, 미가, 나훔, 하박국, 스바냐, 학개, 스가랴, 말라기 (예언서, 250 장)
- 사도행전, 로마서, 갈라디아서, 히브리서 (그리스도의 복음과 언약, 63 장)
주일과 토요일에 행하는 성경공부와는 달리, 주중의 성경통독은 성경의 전체적인 내용 파악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읽는데 조금 속도를 낸다. 속독과 정독의 중간 쯤 해당하는 속도로 읽어 나간다. 읽다가 궁금하거나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고 싶은 부분은 표시를 해두었다가 토요일 혹은 주일 성경공부 시간에 살펴본다. 이렇게 읽어나가면 열 장을 읽는데 보통 한 시간이 채 안 걸린다.
시편의 경우 졸인은 단순히 읽지만 않고 노래로 부르며 찬송한다. 시편으로 찬송하는 것은 수 천 년 동안 하나님의 백성들이 해온 것이다. 이에 관해 전에도 몇 번 글을 쓴 적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계실 때 시편을 부르시고 또 시편을 가지고 당신 자신에 관한 것을 가르치셨다. 시편에는 성경 전체가 농축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편을 가지고 찬송하는 것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뿐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외우는 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법이다.
시편을 노래로 부르는데 도움을 줄 시편찬송집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졸인이 몸담고 있는 교단 (RPCNA) 출판사에서 근래에 출간한 The Book of Psalms for Worship이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 이 시편찬송집은 오래 동안 시편으로 찬송하며 하나님께 예배해온 교회의 열매이다.
‘성경을 더 읽자’는 이 짧은 연재의 마지막인 다음 글에서는, 요새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스마트 폰 앱(app) 가운데 이제 소개한 성경통독 프로그램에 도움이 될만한 것 몇 가지를 소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