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聖傳)이 아닌 성경(聖經)에 유일한 권위를 두셨던 예수님과 바오로
로마 가톨릭 교회는 하느님께서 그분의 의사를 계시하시는데 성전(聖塼) 또한 사용하신다고 가르친다. 이것이 로마 가톨릭 교회의 전통적인 가르침이요, 지금 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오고 오는 신도들이 항상 믿고 따라야 한다고 영구히 선언한 것이다. 그것이 만일 선지자들과 사도들을 통해 전하시고 성경(聖經)으로 남게 하신 하느님의 의사와 어긋난다면 어쩔 것인가? 자기는 누구의 가르침을 따르네, 누구는 또 누구의 가르침을 따르네, 하며 갈등을 빚던 교인들에게 바오로 사도를 통해 가르치신 것은 이것이다:
‘기록된 것에서 벗어나지 마라.’ (1코린 4:6)
여기서 ‘기록된 것’이라 함은 물론 그 당시 기록으로 남아있던 것 곧 구약 성경이라 할 수 있겠다 — 사도가 하는 말이라고 해서 믿을 것이 아니라 구약 성경으로 뒷받침 되는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신약 성경이 하느님의 감동으로 된 것임을 아는 이유 중 하나가 구약 성경의 계시와 위배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기록된 것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원칙에서 교회가 마땅히 믿어야 할 교리나 시행해야 할 성례전 뿐만 아니라 행하는 모든 일에 있서 오직 하느님의 말씀 가운데서 지침을 찾고 삼아야 함을 알게 된다. 이러한 태도를 예수께서 친히 또한 보여주셨다:
“너희는 또 어째서 너희의 전통 때문에 하느님의 계명을 어기느냐? […] 너희는 이렇게 너희의 전통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폐기하는 것이다. 위선자들아, 이사야가 너희를 두고 옳게 예언하였다.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 그들은 사람의 규정을 교리로 가르치며 나를 헛되이 섬긴다.’ ” (마태 15:3–9)
교회의 전통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어기는 바리새인들의 태도를 타매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에서 전통보다 하느님의 말씀에 더 높은 권위를 두신 예수님의 태도를 볼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하느님의 말씀에 근거하지 않은 것은 사람의 명령일 뿐이며 그런 것을 지키는 것은 하느님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는 이사야의 기록을 인용하시는 대목에서 하느님의 말씀에 유일한 권위를 두시는 예수님의 태도를 볼 수 있다.
교회의 전통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교회의 전통은 하느님의 말씀으로 뒷받침 될 수 있던지 없던지 둘 중 하나이다. 뒷받침 될 수 있는 전통이 권위를 갖는 이유는 그것이 하느님의 의사를 따르는 것이기 때문이고, 뒷받침 될 수 없는 전통이 권위를 갖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이 하느님의 의사를 따르는 것이라고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선지자가 하느님의 말씀을 맡아서 전할 때 그의 말이 권위를 갖는 것은 그것이 하느님의 말씀이기 때문이지 선지자 자신에게 무슨 권위가 있다고 하겠는가? 교회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할 때, 그 가르침이 권위를 갖는 것은 그것이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사실에 있는 것이지 교회 자신에게 무슨 권위가 있다고 하겠는가? 하느님께서 세우신 교회 혹은 그 가운데서 발견 되는 전통 자체에 무슨 권위를 가질만한 속성이 있는 것이 아님을, 위에서 인용한 바 사도 바오로가 전하고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또한 가르친 하느님의 의사에서 우리는 분명히 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