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자비, 법, 의, 심판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제 9, 10, 11 문)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제 9–11 문답은 하나님의 자비와 법과 의와 심판에 관한 것이다. (아래는 독립개신교회 번역본이다.)
9문: 하나님께서 사람이 행할 수 없는 것을 그의 율법에서 요구하신다면 이것은 부당한 일이 아닙니까?
답: 아닙니다. 하나님은 사람이 행할 수 있도록 창조하셨으나, 사람은 마귀의 꾐에 빠져 고의(故意)로 불순종하였고, 그 결과 자기 자신뿐 아니라 그의 모든 후손도 하나님의 그러한 선물들을 상실하게 되었습니다.3
10문: 하나님께서는 그러한 불순종과 반역을 형벌하지 않고 지나치시겠습니까?
답: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원죄(原罪)와 자범죄(自犯罪) 모두에 대해 심히 진노하셔서 그 죄들을 이 세상에서 그리고 영원히 의로운 심판으로 형벌하실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누구든지 율법 책에 기록된 대로 온갖 일을 항상 행하지 아니하는 자는 저주 아래 있는 자라”(갈 3:10)고 선언하셨습니다.
11문: 그러나 하나님은 또한 자비하신 분이 아닙니까?
답: 하나님은 참으로 자비하신 분이나 동시에 의로우신 분입니다. 죄는 하나님의 지극히 높으신 엄위를 거슬러 짓는 것이므로 하나님의 공의는 이 죄에 대해 최고의 형벌, 곧 몸과 영혼에 영원한 형벌을 내릴 것을 요구합니다.
아래는 이에 대한 김헌수 목사님의 강설 중 일부분이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강해 1, 115-116 쪽). 굵은 글씨 강조는 졸인이 한 것이다.
하나님께서 창세 때에 사람들을 참된 의와 거룩함으로 창조하셔서 만물을 다스릴 수 있게 하신 것, 선악과의 금령을 주셔서 영생에 이를 방법을 알려 주신 것, 각종 실과를 먹을 수 있게 주신 것, 이러한 모든 것을 ‘하나님의 그러한 선물들’이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사람으로서 살아가기에 필수적인 것들을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셨습니다. 그러한 선물이 없으면 사람이 살아갈 수 없습니다. 세상에서는 사람으로서 살아가기에 필요한 것들을 사람의 ‘기본적인 권리’로 주장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기본적인 것들을 선물로 주셨지만 사람들은 권리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담의 아내가 한 말을 보면, 그도 에덴동산에서 누리는 것을 선물이 아니라 권리로 이해한 듯합니다. ‘동산 각종 나무의 실과를 먹을 수 있으나 동산 중앙에 있는 것은 우리가 먹을 수 없다’고 말하였습니다. 자기 자신의 존재와 에덴동산이라는 환경이 모두 하나님의 것이지만, 하와는 자기의 권리에 속한 것으로 생각한 것입니다. 말하자면, ‘선물들’을 ‘권리’로 생각하는 데서 하나님께 대한 불신과 의심과 반역의 싹이 보입니다. 하나님께 감사와 찬송을 드려도 부족할 텐데, 하나님의 선물을 자기의 권리로 생각하였습니다. 하나님의 크신 선물을 받고도 그 의미를 몰랐습니다.
9문에서는 죄를 지은 다음에 ‘하나님의 그러한 선물들을 상실’했다고 가르칩니다. 참된 의와 거룩함을 상실하였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또한 감사함으로 하나님께서 주시는 선물을 먹는 것이 아니라 이마에 땀을 흘려야 겨우 양식을 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선물을 누리는 대신에 이제는 하나님의 진노 아래에서 죽음을 맛봅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것은 이 세상이 하나님의 진노 아래 있으며 진노의 결과로 사람이 죽는다는 것입니다. 죽음은 자연스런 현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진노의 가장 큰 증거이며 결과입니다. 인류의 대표인 아담과 그 아내가 사탄의 꾐에 빠져서 고의로 불순종한 결과, 아담뿐 아니라 그의 후손도 모두 하나님의 선물들을 상실하고 비참한 가운데서 살아가게 되었고, 모두 죽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