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법과 복음 (6)
- 율법 =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순종해야 할 것
- 복음 =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행하신 것
그동안 “율법과 복음”이라는 제목 아래서 상고한 것을 몇몇 적어 보자면:
- 복음 사실은 하나님의 은혜의 언약(covenant of grace)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성취 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 은혜의 언약은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되고 너희는 내 백성이 될 것이라”(렘 31:33)는 선언으로 집약 된다. 이 약속은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들의 죄를 씻기시고 (칭의) 경건의 열매를 맺게 하시겠다는 (성화) 약속이 포함 된다.
- 은혜의 언약은 사람에게서 아무런 근거를 찾지 않는, 하나님 편에서의 일방적인 맹세이다.
- 은혜의 언약은 아담 안에서 인류가 타락한 이래 하나님께서 유일하게 베푸신 구원의 언약이다.
그랬을 때 성경에는 은혜의 언약을 지킨 사람들의 역사가 기록 되어 있다.
그런데, 사람에게서 아무런 조건을 요구하지 않는 은혜의 언약을 “지킨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사실 이것은 꽤나 쉬운 이야기인데 이에 대해서도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분명히 하는 것이 좋겠다.
일상 생활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상황을 가지고 생각해본다. 약속 중에는 ‘갑이 돈을 가져오면 을은 음식을 가져온다’는 식으로 약속에 참여하는 두 당사자의 의무가 각각 정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한 집안의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저녁에 퇴근하고 너희에게 용돈을 주마’하고 약속을 하는 것처럼 한쪽에서만 일방적으로 이행할 의무를 정하는 경우도 있다. 후자 처럼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일방적으로 약속을 할 경우, 약속을 “지킨다”는 말은 관련된 당사자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지키다”는 말의 일차적인 뜻은 “보호하다” 혹은 “보존하다”이다. 그랬을 때 아버지의 경우 자기가 하겠다고 한 그것을 “실행할 때” 그 약속은 지켜지는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의 일방적인 약속을 받은 자식들의 경우 할 수 있는 것은 약속을 믿거나 아니면 믿지 않고 잊어버리거나 하는 것인데, 그들이 “믿을 때” 즉 잊지 않고 마음에 간직할 때 아버지의 약속은 자식들의 마음 가운데서 흐려지거나 의심하는 것으로 부터 지켜지는 것이다. 그랬을 때, 이 일방적인 약속이 성취 되는 것은 전적으로 아버지의 신실함에 의존하는 것이지, 자녀들의 신실함과는 상관이 없다.
하나님의 은혜의 언약 역시 사람에게서 무엇을 요구하지 아니하시고 하나님께서 일방적으로 무엇을 하시겠다는 약속이다. 그러므로 하나님 쪽에서는 그 약속대로 이행하시는 것이 그 언약을 지키는 것이지만, 약속을 받은 사람들은 그 약속을 믿는 것이 언약을 지키는 것이다. 그랬을 때, 은혜의 언약이 성취 되는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의존하는 것이지, 사람의 신실함의 정도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하나님께서 은혜의 언약을 지키시는 근거가 사람의 신실함에 있지 않다는 것은 달리 말하자면 하나님께서 신자들에게 구원을 베푸시는 근거가 신자들의 믿음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구원의 근거는 믿음도 아닌 오직 그리스도이다 (이것은 지난 회차에서 특별히 강조된 부분이다). 그리스도가 믿음을 의미있게 만드는 것이지, 믿음이 그리스도를 의미있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신자의 믿음은 은혜의 언약을 누리는 근거이기는 커냥 오히려 하나님께서 주시는 언약의 선물 가운데 하나이다 (겔 36:26, 유 3, 고전 4:7).
비록 신자의 믿음이 언약의 복을 누리는 ‘근거’는 아니지만, 하나님께서 언약의 복을 베푸시는 수단(instrument) 혹은 통로(channel)가 된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by grace) 믿음으로 말미암아 (through faith)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하였다 (엡 2:8). 달리 말하자면, 우리 구원의 ‘근거’는 하나님의 은혜의 언약이고, 그 구원의 복이 우리에게 작용한 ‘방도’는 믿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구원의 복을 받기 위해 사람이 제공한 근거가 전혀 없기에 보수(報酬)가 아니라 ‘선물’이라는 말씀이다. 비유하자면 하나님께서는 ‘믿음’이라고 하는 우리의 손에 구원의 선물을 담으신 것인데, 우리의 손에서 하나님께서 받으실 만한 그 무엇을 찾으셨기 때문이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의 자비하심에 근거한 것이다 — 그래서 마틴 루터는 믿음을 우리의 ‘빈 손'(empty hand)이라고 표현하였다.
그렇게 우리의 시조 아담부터 시작하여 믿음이라는 빈 손으로 하나님의 은혜의 언약을 지킨 사람들 곧 하나님의 백성들의 역사가 성경에 기록 되어 있다. 하나님의 백성들은 믿음으로 그리스도와 연합 되어 그의 몸을 이루고 있다. 세상이 창조된 이래로 시대와 지역을 초월한 하나의 ‘보편 교회'(catholic church)가 바로 그것이다.
율법과 복음 기획물
- 율법과 복음 (1)율법과 복음의 범주를 설명한다.
- 율법과 복음 (2)율법의 범주 아래서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없다. 오직 복음의 사실만이 우리를 하나님 앞에 온전하게 세운다.
- 율법과 복음 (3)복음은 하나님께서 옛적부터 맹세하신 구원의 언약이 마침내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졌다는 기쁜 소식이다.
- 율법과 복음 (4)복음 약속, 곧 하나님의 은혜로운 언약은 우리 조상 아담이 죄를 범하여 죽게 된 직후 하나님께서 즉시 베푸신 언약으로서, 아담 이래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주신 유일한 구원의 언약이다.
- 율법과 복음 (5)하나님의 은혜의 언약은 우리의 칭의 뿐만 아니라 성화 까지 약속하고 있다. 그 영원한 약속이 반드시 이뤄지도록 성부께서는 맹세를 하셨고, 성자께서는 자기 피를 가지고 보증이 되시며, 성신께서는 우리를 보전하신다. 구원은 삼위일체 하나님께로부터 시작하여 하나님에게서 마친다.
- 율법과 복음 (6)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은혜의 언약을 지키시는데 사람 쪽에서 근거를 찾지 않으시고 그리스도에게서 모든 근거를 찾으셨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일방적으로 선언하신 은혜의 언약을 사람이 ‘지키는’ 것은 그 약속을 ‘믿음으로’ 지키는 것이다.
- 율법과 복음 (7)하나님의 은혜의 언약을 그의 백성들이 믿음으로 지킬 수 있는 것은 그 믿음 자체가 사람이 일궈낸 것이 아닌 하나님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믿음 중에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헛된 믿음이 있다.
- 율법과 복음 (8)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들에게 맹세하신 은혜의 언약은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되고 너희는 내 백성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 약속이 영원한 약속이 되게 하기 위해 그리스도는 골고다에서의 단 번의 제사로 영원히 당신의 백성들을 온전하게 하셨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백성들은 다시는 하나님과 멀어질 것을 걱정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께서 친히 그 능하신 팔로 행하신 구원에 감사와 찬송을 드리며 따라간다. ...
- 율법과 복음 (9)우리 시조 할아버지 아담이 범죄한 직후 하나님께서는 곧바로 복음 곧 은혜로운 구원의 언약을 베푸셨다. 아담 이래로 믿음으로 그 언약을 지킨 무리들이 곧 하나뿐인 보편적 교회(catholic church)이다. 그 보편적 교회가 하나님께로부터 단번에 받은 믿음(유 3)의 내용 앞에 우리의 신앙을 비춰보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이번 편에서는 그동안 ‘율법과 복음’이라는 제목 아래 상고한 것들을 역사적인 신앙고백과 비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