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사 | Church History

강문호 목사: “사도신경은 사도적이지도 성경적이지도 않다”

“사도신경은 사도적이지도 성경적이지도 않다”는 기고문을 약 한 달 전에 강문호 목사가 썼다소식을 접했다. (지금은 논쟁으로 인해 접속이 차단된듯 하다. 그래도 인터넷에 한 번 올라온 글은 없애기가 참 어렵다.) 이것은 신학과 교회사에 대한 강문호 목사의 이해에 결핍이 있음을 보여준다. 강문호 목사가 금년 종교개혁주일을 기하여 예배시간에 사도신경 고백을 제외했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문제될 것은 없고), 정작 개혁자들은 사도신경이 비성경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가톨릭 교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종교개혁 시대에 작성된 걸출한 신앙고백서 가운데 하나인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에는 왜 우리가 사도신경을 고백하는지 설명이 잘 되어 있다. (강문호 목사께서 읽어보셨을까?)

얼마 전 올렸던 바 칼빈이 제네바에서 폭정을 행했다는 허무맹랑한 헛소문에 관한 것도 그렇고, 사도신경이 로마 가톨릭적인 신앙으로 이끈다는 강문호 목사의 주장도 그렇지만, 이러한 주장들이 정당하지 못하다는 것은 교회사에 관해 자세하지는 못해도 큰 윤곽을 바르게 쥐고 있으면 어렵지 않게 간파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몇 가지만 이 기회에 나누고 싶다:

  1. 로마 가톨릭 교회와 개혁교회는 의외로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사도신경이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개혁된 교회를 ‘하나 되게 하는 세 문서'(Three Forms of Unity) 가운데 하나인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은 사도신경을 우리가 왜 고백하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2. 개혁자들이 생각한 개혁의 가장 중요한 이유 두 가지는 예배복음의 문제이다. 개혁자들은 예배에 관하여 성경이 규정해주는 방식 외의 것은 가증스러운 우상숭배가 된다고 성경이 가르친다고 주장했는데, 더 구체적으로는 성찬의 빵과 포도주가 예수의 살과 피를 실제로 먹는 것이라는 로마교회의 가르침이 성경의 규정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복음에 관하여서도 구체적으로는 ‘칭의'(Justification)의 문제였는데, 간단히 말해서 로마교회는 신자가 신실하게 생활하는 것을 하나님께서 보시고 그 신자를 의롭다고 계속 여기신다는 것인데 반해, 개혁자들은 그리스도의 공효로 신자가 의롭다하심을 받을 뿐만 아니라 의롭다하심 받은 것을 유지한다는 것 또한 오직 그리스도의 공효 때문이라는 것이 본래의 복음이라고 비판했다.
  3. 로마교회는 이상의 두 가지 주장이 로마교회의 제도를 근본적으로 위협한다는 것을 알고 트리엔트 공의회를 통해 위의 두 주장을 이단사설로 정죄하였다. 이것은 지금도 유효하다. 제 2차 바티칸 공의회 (1962-1965) 당시에도 교황 요한 23세는 “과거에 그렇다 한 것은 지금도 그런 것이다 (What was, still is.)”고 했다.1 이 부분에 있어서 로마교회가 입장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로마교회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순진한 생각이다. 그러므로 로마교회와 개신교회가 연합한다는 것은 실상 개신교회가 위의 두 가지 주장을 포기함으로 가능한 것이고, 실제로 오늘날 보는 모든 교회 일치 운동은 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4. 역사의 진행은 개혁자들이 로마교회의 제도에서 쫓겨난 것이지, 애초에 개혁자들이 새로운 교파 혹은 교단을 세우겠다고 한 일은 없었다. 이는 마치 초대교회가 유대교회로부터 쫓겨난 것과 유사하다. 초대교회는 애초에 새로운 교회 혹은 종교를 시작한다는 생각이 없었으나, ‘나사렛 예수가 언약의 그 자손 그리스도이시다’는 신앙고백을 유대교회가 나사렛 이단으로 정죄함으로써 신약의 교회로 서 나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하나님의 언약과 그 교회가 그리스도께서 오신 이후로 유대교회가 아닌 신약의 교회를 통해 명맥을 이어 간다고 분명히 믿는다. 마찬가지로, 비록 형식적으로는 로마교회가 개혁자들을 정죄하였지만, 실상 그럼으로써 로마교회는 스스로를 정죄한 것이고 참된 카톨릭(catholic, 보편적) 교회의 광망은 개혁된 교회를 통해 나타났다고 우리는 분명히 믿는다.

정리하자면 개혁교회는 사도신경을 참된 카톨릭 교회의 신앙고백으로 받아들인다. 물론 이것은 개혁교회가 로마 가톨릭 교회와 유사점이 많음을 시사하지만, 동시에 교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 곧 예배에 관하여 성경이 가지는 권위와 복음의 내용에 있어서 도저히 하나될 수 없는 분명한 차이가 있고, 그 두 가지 차이는 다른 그 어떤 차이보다 중요한 교회의 생명과 연관된 차이임을 그리스도인은 알 필요가 있다.


  1. http://www.vatican.va/roman_curia/congregations/cfaith/documents/rc_con_cfaith_doc_20070629_responsa-quaestiones_en.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