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는 이 땅을 주 무대로 하여 서 있음
예수님께서 이 땅에 계실 때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였다’’(마 12:28)고 하셨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 `하나님의 나라’라는 말은 분명한 뜻을 가지고 있었다: 선지자들을 통해 장차 오리라 예언된 이상국가이다. 이스라엘 민중은 또한 성경을 통해 장차 메시아(그리스어로는 그리스도)가 올 것이고, 바로 그 메시아가 이스라엘이라는 민족국가를 이상국가로 인도해 갈 것으로 믿고 있었다. 그러므로, 예언되었던 그 메시아이신 예수님께서 오심과 더불어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였다는 이 역사적 사실을 다른 말로 하자면 `메시아 왕국이 임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구체적인 의미를 넘어 좀 더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하나님의 나라는 유사 이래 늘 있었던 것이다 — 즉 하나님의 통치 대권과 그 통치를 구체적으로 받는 그분의 백성, 그리고 그 백성들이 밟고 있는 이 땅에는 늘 하나님의 나라가 서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처음에는 가족이라는 단위에서 시작하여 나중에는 부족으로 확장되었고, 점점 더 커져 이스라엘이라는 민족국가적 형태를 취하여 구체적으로 이 땅에 나타났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하나님께 온전히 순복하지 않았고, 그래서 하나님 나라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암매한 상태에 빠져 들어갔다. 그 가운데서 주의 선지자들은 장차 온전한 하나님의 나라가 임할 것이라 예언하였다.
놀라운 것은 그 나라의 왕이신 그리스도가 오심으로 그 은혜의 왕국이 이미 이 땅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장차 완성된 모습으로 나타날 때가 있겠지만, 하나님께서는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높이사 하나님 우편에 앉히셔서 만물 위의 주(主)로 삼으셨고, 그곳에서 그리스도는 천하 만물을 통치하고 계신다. 우리가 예수님을 `영광의 주’라 높일 때는 이 사실을 분명히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자들의 평안은 빼앗길 수 없는 평안이다: 그들의 왕이신 그리스도께서 권능으로 천하만물을 다스리시며 역사를 진행시키시는 것을 보기에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평안이 우리에게 가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