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는 것과 우리의 순종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제 123문)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제 123문은 주기도문의 두번째 간구, “나라이 임하옵시며”의 의미를 묻는다 (아래는 독립개신교회 번역본):
123문: 둘째 간구는 무엇입니까?
답: “나라이 임하옵소서”로, 이러한 간구입니다: “주님의 말씀과 성신으로 우리를 통치하시사 우리가 점점 더 주님께 순종하게 하옵소서 [1]. 주님의 교회를 보존하시고 흥왕케 하옵시며 [2], 마귀의 일들과 주님께 대항하여 스스로를 높이는 모든 세력들, 그리고 주님의 거룩한 말씀에 반대하는 모든 악한 의논들을 멸하여 주옵소서 [3]. 주님의 나라가 온전히 이루어져 주께서 만유의 주가 되실 때까지 그리하옵소서 [4].”
[1] 시 119:5; 143:10; 사 59:21; 마 6:33
[2] 시 51:18; 122:6-7; 마 16:18; 행 2:46-47; 6:7; 9:31
[3] 시 2:1-3,6-9; 롬 16:20; 요일 3:8
[4] 롬 8:22-23; 고전 15:28; 계 22:17,20
아래는 이에 대한 김헌수 목사님의 강설 중 일부분이다 (굵은 글씨는 졸인의 강조):
하나님께서는 말씀과 함께 성신을 보내어 주셨습니다. 우리의 연약함을 아시기 때문에 성신을 보내어 말씀을 깨닫게 하실 뿐 아니라 그 말씀에 순종할 힘을 주십니다. 죄가 계명을 기회로 삼아서 더 죄를 짓게 하는 우리의 비참함을 아시고 성신을 보내어 우리를 다스리십니다. 말씀으로만 다스리시는 것이 아니라 ‘말씀과 성신’으로 우리를 다스리십니다. 따라서 우리는 말씀을 듣기 전에도 기도하고 들은 다음에도 그 말씀에 순종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에 주님께서는 성신의 은혜를 입혀 주셔서 주님의 계명에 순종하게 하십니다. 기도하라는 명령에 순종하는 사람에게 성신을 주셔서 그 말씀에 순종하게 하는 은혜를 내려 주십니다.
요리문답은 평이하게 가르치지만 여기에 깊이가 있습니다. “점점 더 순종하게 하옵소서”라는 평이해 보이는 간구 속에 들어 있는 ‘점점 더’라는 말은 그 깊이를 잘 표현해 줍니다. 우리는 한 순간에 완전한 순종에 이를 수 없습니다. 평소에는 못하다가 그냥 한꺼번에 갑자기 잘되는 그런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 우리가 한 가지를 순종하면 주님께서 그다음 것을 가르쳐 주시고, 그다음 것을 잘 순종하면 또 그다음을 가르쳐 주십니다. 이렇게 ‘점점 더’라는 말은 무한하게 앞이 열려 있습니다. 무한하신 하나님을 알아 가는 일은 끝이 없고, 따라서 항상 새롭고 신선합니다.
무한하신 하나님을 계속 순종하면서 알아 가야 한다는 사실을 놓치면, 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얼마나 많이 순종하는지 단계를 매기면서 평가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저 사람은 일 단계를 마쳤는데 나는 이 단계이고, 단계가 어느 정도 높아지면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합니다. 그러한 단계론적인 생각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입니다. 우리의 요리문답은 그러한 단계론을 피하고 다만 항상 하나님 앞에서 ‘점점 더 순종하기’를 위하여 기도하도록 가르칩니다. ‘나라이 임하옵시며’라고 기도하라고 하신 것에 그러한 뜻이 담겨 있다고 말합니다. 항상 점점 더 순종하기를 위하여 기도하고 나아가야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알고 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지 않고 말로만 한다면, 하나님 나라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되고 말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도 순종하고 내일도 순종하고, ‘점점 더’ 순종합니다. 그러면서 주님과 주님의 나라를 더 친근히 알아 가는 것입니다.
— 김헌수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강해 4』 133-135 쪽 (굵은 글씨는 졸인의 강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