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사회 선도 혹은 개혁 단체가 되려고 노력해야 하는가
삭막한 현대 사회 속에서도 공중 도덕과 법을 잘 지키고 이웃을 돌아보며 나눔을 실천하고 근실하게 노동하며 살아가는 것은 기독교인/비기독교인 할 것 없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당연히 해야만 할 일입니다. 그런 것을 가르치기 위해 종교를 들먹일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도덕적 삶을 가르치는 것을 공교육에서 발견합니다. 건전한 사회인을 길러내기 위해 종교 단체를 조직할 필요는 없습니다. 종교와 상관 없이 사회 봉사 단체 또는 사회 정의 실현 단체 등을 조직할 수 있고 또 그런 조직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교회의 존재 의의는 어디에 있습니까? 어떤 단체든 그 단체가 성립 될 때는 고유의 목적이 있기 마련입니다. 빈민 구제 단체가 부족하거나 사회 정의를 위한 시민 단체 또는 자선 사업체가 부족해서 교회를 세운 것은 아닙니다. 그러한 일들은 중요한 일들이고 시민이라면 관심을 가져야 할 일들임은 분명합니다만, 그것이 교회를 세운 목적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반 사회에서는 그런 구제 사업 또는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해 교회가 앞장 서면 참 잘하는 일이라고 칭찬을 하고 곧추세웁니다. 교회가 왜 존재하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건 차라리 문제가 아닌 것은 어떤 단체의 비회원이 그 단체의 목적을 알아야 할 당위는 없기 때문이고, 문제는 교회 또는 교인이 교회가 왜 존재하고 자신의 의무와 권리가 무엇인지를 잘 모를 때입니다.
교회가 자신의 본질을 망각하면 세상이 ‘잘 한다, 잘 한다’ 하는 인정 속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게 되고 또 그러한 일에 주력하기가 쉽습니다. 그러면 타락하게 되고 부패하게 됩니다. 특히 그리스도와의 생명의 일체성, 그 신비한 연합(unio mystica)을 나타낼 길은 요원해집니다.